전시기획 「SEMI CLOSE UP 전」@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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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 CLOSE UP: 사진작가 4인의 사진 치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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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담기 위한 것인가 덜어내기 위한 것인가’_김도균 KDK

 

사진의 언어는 불안정하다. 특히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닌 ‘읽는 것’으로 대할 때, 다시 말해서 이미지 안에 함축된 무수한 기표들을 ‘감각적 차원’이 아닌 ‘해석적 차원’으로 접근할수록 사진의 언어는 난해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사진 읽기가 통용되던 한동안, 우리는 ‘보는 것’에 대한 ‘감각적 유희’를 잃어버렸다. 반면에 예술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면, 오늘날 사진은 대상에 대한 시각적 확장을 실험하고 탐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에 의해 편집되고 배열된 이미지들은 새롭고 독특한 언어를 다층화시키며 어느 순간 ‘보기 위한 것’이냐 ‘읽기 위한 것’이냐 사이를 맴돌게 만든다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롭다.

이런 시각적 편집은 김도균 작가의 가장 중요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간을 모티브로 전개시킨 그의 작업은 이미지의 2차원적 속성과 공간의 3차원적 속성을 교묘히 섞으며 세련되진다. 이번 전시의 실제 공간이며 작업 소재로 쓰인 ‘빈 집’은 김도균의 시각적, 공감각적 탐구를 오롯이 보여준다. 빈 집에서 발견된 폐품들은 ‘전시물’로 대체되고 빈 집 구석구석에 설치한 사진은 진짜 벽인지 사진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그의 사진을 본다는 건, 그 공간을 탐색하는 과정과 맞물리게 된다. 그리고 이 자연스런 과정을 통해 관람자는 그 빈 집의 생김새, 용도, 디테일을 인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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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위한 것인가 소멸을 위한 것인가’ _박진영 AREA PARK

 

2011.3.11. 일본의 대지진. 검은 바다가 휩쓸고 지나간 마을 곳곳에는 주인없는 물건들이 나뒹굴고, 주변은 여전히 지독한 악취가 진동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연이어 터진 원자력 발전 사고는 인간의 세기말적 공포를 가중시키며 그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망각의 상태로 돌려놓았다. 이곳에서 시간은 침잠하고 기억할 만한 모든 것들은 소멸상태에 놓인다.

“안녕하세요. 카네코씨”라고 시작하는 박진영 작가의 편지는 일본 미야기현의 한 초등학교에서 우연히 주운 앨범에 등장한 카네코씨라는 여성(사진으로 추정하건 데, 살아있다면 현재 예순이 훌쩍 넘었을)에게 보내는 짧은 글이다. 이후에 작가는 본인과 무관한 그녀의 생사를 확인고자 친인척을 찾는 등, 그 지역 시청에 글까지 기고하지만 결국 모든 일은 허사로 돌아가고 만다. 결국 그가 발견한 한 권의 사진 앨범만이 카네코씨에 대해 추측할 수 있는 전부이며, 결국 우리는 ‘카네코씨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만을 획득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네코씨의 사진과 글이 우리들 마음 한켠에 먹먹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건 무슨 연유일까? 그건 바로 사진을 통해 ‘기억한다’는 건 부질없으며 오롯이 그 사진 속 ‘부재’를 목도하는 데서 우리 내부에 또 다른 기억을 들춰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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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을 위한 것인가 소비를 위한 것인가’_백승우 SEUNG WOO BACK

 

Expired Edition, “이 책은 2013년 5월 16일로 만료시킴을 공표함.”

오늘날 예술가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산한다. 그리고 그들의 ‘생산품’은 사회적인 관계 망 속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되길 원한다. 그 이유는 예술 세계 안에서 보다 넓게는 일상 속에서, 상품화 할 수 없는 것들은 곧 잊혀진 다는 것을, 사라질 운명이란 것을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적이고 맹목적인 요구들도 한몫한다. 생산 라인에 속도를 높여 만든 신작들은 창고에 재고 더미가 되기 쉽상이다. 결국 소비되지 못하는 건 어느덧 우리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예술적 가치는 물건의 가격이 폭락하듯 잊혀지고 만다.

<Expired Edition만료한 에디션>은 백승우 작가와 디자이너, 출판사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결과물이다. 그 첫 번째 협업물은 바로 2009년 <유토피아>, <블로우 업> 시리즈를 묶은 타블로이드판 신문이었다. Expired Edition은 그로부터 5년 후, 창고에 쌓여있던 남은 책들을 모두 수거해 재활용한 프로젝트이다. 이는 기존에 상품화 된 출판물과 그 이후에 에디션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예술적 가치가 어떻게 다시 ‘실현’ 또는 ‘복원’될 수 있는가를 실험한 것으로 우리에게 “책으로서의 기능이 만료된 작품을 어떻게 다시 소비할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한 때 마르셀 뒤샹이 ‘샘’이라고 이름 붙였던 변기로 관객을 조롱하듯이, 여기서도 상품은 작품으로 치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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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 위한 것인가 보기 위한 것인가’ _이윤진 YOONJEAN LEE

이윤진 작가의 사진 속 대상은 모호하다. 그녀는 일상의 공간에 놓인 사물이나 도시와 시골 풍경같이 누구나 흔히 알아보는 대상들에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그 시선은 비껴나 있다. 그리고 그 주변의 것들이 너무나 익숙한 데도 한편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건 사물을 바라 보는 그녀의 시선에 다른 방법이 있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진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줄 때, ‘이것을 바라봐’와 ‘그것을 바라봐’ 라고 말하는 듯 하다. 더군다나 사각 프레임 안에 그 대상이 또렷할 수록 시선의 문제에 있어서는 어떠한 자율성도 없어 보인다. 바로 여기에 그녀의 방법이 존재한다. 당연히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에 작품을 위치시키는 전이적 시선이 전개되는 것이다.

연두색 방 안에 설치된 2점의 사진은 정면에서 가까이 바라볼 수 없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방에 들어가는 입구를 차단하고 창문 틈 사이나 문 옆에서 사진을 보게끔 관람자를 유도한다. 그리고 바라보는 시점이 바뀌는 순간 그들의 눈은 사진 너머에 것들 – 뜯어진 천정,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옆집 건물, 싸구려 나무장판 등 – 로 향한다. 어쩌면 이 전시는 여지껏 이윤진 작가가 가구와 사물, 도시의 건물과 교외풍경을 바라 본 그녀의 시선을 우리에게 은근하게 유도하는 지도 모른다. 그것은 작가가 말하는 “여러 겹/결들에 대한 관심과 도시와 도시 사이, 도시와 시골 사이 또는 도시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물리적 틈, 개념적 틈, 감각의 틈들”에 대한 관심이다.

 

참여작가: 김도균, 박진영, 백승우, 이윤진
전시기간: 2014.05.29.(목)-05.30.(금)
관람시간: 리셉션 29(목) 17:00 / 30(금) 11:00 – 17:00
장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49-11 (홍대입구역 3번 출구)
기획: IANN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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