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길중 「기억흔적」
류가헌
2015년 10월 6일(화)-10월 18일(일)
타인의 흔적에서 자신의 기억과 조우하다
– 윤길중 사진전 <기억흔적> 10월 6일부터 류가헌에서
‘기억은 과거의 현재*’라고 했다. 기억하는 순간 과거의 어떤 것이 현재에 임재 하는 것이다.
사진가 윤길중이 서울 북아현동 재개발 지역의 한 폐가에 섰을 때, 그는 자신이 유년시절 을 보낸 대구 000동 옛 집을 ‘기억’했다. 그러자 바닥에 널브러진 유리조각들과 곰팡이 핀 벽 , 버려진 채 먼지만이 켜켜한 집기들 사이로 그의 유년의 공간과 시간이 오버랩 됐다.
문지방에 놓인 연탄아궁이에서는 연탄가스에 취했던 어린 시절을 만났고, 두 칸 방이 미닫 이문으로 연결된 집에서는 부모님의 성생활을 엿들으려던 사춘기 호기심과 마주쳤다. 그 시절들이 놋그릇, 수저, 뜯어진 벽지 등의 오브제를 통해 마치 환영과도 같이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그 앞으로 돌아온 것이다.
“살면서 서른 번 넘게 이사를 다녔다. 자의로 이사를 한 경우는 몇 번 뿐이고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쫓겨나듯 이사를 해야 했다. 북아현동 언덕배기에 미로를 따라 얽히고설킨 폐가들 을 도둑고양이처럼 훑고 다니는데 잊고 지냈던 40년 전 기억의 파편들이 엉킨 실타래 풀 리듯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삶을 통째로 옮길 때마다 응어리졌던 처절한 감정들도 되살아났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데, 그 오랜 응어리들이 서울 북아현동에 모여 굿판을 벌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폐허에 남겨진 떠난 자들의 ‘흔적’ 속에 얼비치는 자신의 ‘기억’을 사진으로 담았 다. 떠난 사람들을 대신해 그 자리에 유화처럼 피어난 곰팡이를 찍었다. 제의처럼, 버려진 집기들로 상을 차리고 때론 제사장처럼 훌훌 벗고 춤을 추기도 했다. 그리고는 또, 춤추는 자신을 찍었다. 그러자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면서, 사진 속에 새로운 시간의 축이 담겼다.
시화호의 나무들을 기록한 이전 작업 <픽처레스크-시화>에서 보여주었던 자전적인 이야 기와 시간들은 <기억흔적>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장소와 대상은 옮겨왔지만 여전히 그의 사진은 자신을 투영한 기록의 연장이다. 사진가 최광호가 윤길중 작가의 작업을 두고 “치열하게 자아를 찾아가는 삶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고 평했듯이 그의 작업을 보는 이 누구나 윤길중 작가가 지닌 삶의 드라마틱한 무게를 반추해볼 수 있다.
*중세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중에서
≪기억흔적≫
*전시기간: 2015년 10월 6일(목)-10월 18일(일)
*전시장소: 류가헌 전시1,2관
*전시문의: 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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