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의 역사 The History on Frontier 1679-2015
이상엽Lee Sang-Youp
『변경의 역사』는 강화도 ‘돈대’를 소재로, ‘중심과 변경’, ‘지배와 복종’, ‘권력과 배제’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시간의 씨줄과 공간의 날줄로 엮어 본 이상엽의 사진집이다. 조선의 변경이었던 강화도 돈대의 지리적 상황을 현재의 시간에 빗대어 재구성한 이 사진집은 1871년 조선과 미국 사이에 벌어진 신미양요를 모티프로 삼는다. 서구 문명과의 격전지였던 강화도 돈대의 미해군 측 아카이브 사진을 비롯해, 현재 일부 군사지역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돈대와 변방지대를 두루 살피고 기록한 사진들이 수록 된 결과물이다. 사진가로서 ‘잔인한 현장’을 마주하며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입장과 현실에 개입하고 변혁을 꾀하는 입장 사이에서, 이상엽이 찾은 해법은 바로 ‘변경’이었다. 유동하는 자본 논리와 지배문화에 따른 중심과 주변의 경계는 그의 사진 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그어지는 변경의 선이며, 이는 눈 앞에 보일 수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풍경과 같은 것이다. 이전까지 그의 사진이 우리 사회의 개발과 욕망에 따른 ‘변경’에 주목했다면『변경의 역사』는 ‘시간’이란 선 상에서 목적적/상대적/상보적 역사성을 회고하며 주변부로 밀려난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을 발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글 위주였던 그의 이전 사진집과 달리, 『변경의 역사』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기록된 아카이브와 현재를 기록한 사진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사진이 정치적인 힘을 가지려면 이념보다는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상엽은 동시대 사진가로서 현실을 개입하는 사회적 책무에서 벗어나 역사학자의 기록적 태도를 동시에 취함으로써 그만의 사진 정치학과 미학적 긴장감을 흥미롭게 엮어내고 있다.
“권력, 자본, 계급은 이해하기 쉬운 제도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것이 된다. 매끄럽고 직관적인 역사인 것이다. 하지만 매끄러운 듯 보이지만 불연속이다. 역사도 파동이자 입자다. 관찰자에 따라 역사는 다르게 기록된다. 어느 한쪽이 틀렸다거나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역사는 모든 것들 중에 하나의 모습만을 우리에게 내보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모든 것이 들끓고 뒤죽박죽인 카푸티노 거품 같은 세상이다. 그래서 나는 강화도 돈대의 대리석 마냥 매끈하게 잘려진 단면 속에서 거칠고 불연속적인 결을 발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해 강화도최남단의 분오리 돈대를 맬렬히 떠도는 바람결에, 최북단 불암 돈대의 고요한 적막에 그 실마리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54개의 모든 돈대들을 찾아 헤맸다.”
『변경의 역사』 에 대한 자연사적 기술 중, 이상엽, p.14
본 사진집은 제 6회 일우 사진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예술도서 출판사 이안북스에서 발간하였으며
앞, 뒷 표지는 미술가이자 사진가인 강홍구와 이상엽이 협업하였다.
이상엽 (Lee Sang-Youp)
이상엽은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이다. 백령도, 제주 강정마을, DMZ, 진도 팽목항, 밀양 송전탑, 재개발 지역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국사회 안에 자본과 권력으로 비롯된 ‘지리적/심리적 변경’을 기록해 왔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1991년 《사회평론 길》에서 글을 쓰며 사진을 시작했다.
1996년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한겨레 21》 등 국내 시사 매체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아에라》 등 해외 매체에 사진과 글을 기고했다. 1999년 사진 웹진 《이미지프레스》를 창간했고, 《여행하는 나무》 등의 사진전문 무크지를 발행했다. 삶의 치열한 현장에 카메라 들고 뛰어드는 듯하지만, 기실 주변을 떠도는 산책자에 불과하다. 그 결과물로 『실크로드 기행』, 『레닌이 있는 풍경』, 『변경 지도』 등을 썼으며, ‘이상한 숲, DMZ’ 등의 사진전을 열었다. 덕분에 ‘중국 다리 국제사진전 최우수 전시상’, ‘일우 사진상’ 등 몇 개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년전부터 우리 사회 ‘변경’에 주목해 땅의 개발과 변화, 인간과 노동이 소외되는 신자유주의적 풍경을 찍고 있다. 그 이야기들을 꾸준히 《한겨레》, 《한국일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판) 등 대중매체에 싣고 있다. 전 진보신당 정책위 부의장, 문화예술위원장을 지냈으며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이사, 《프레시안》 기획위원으로 있다.
도서명: 변경의 역사
저자: 이상엽
쪽수: 140p
판형: 295X234mm
가격: 70,000원
분류: 예술/대중문화>사진집
ISBN: 979-11-8537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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