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란 이름의 욕망 기계 』 장정민
“사진은 인간이 가지고 싶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을 고스란히 기록해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예술 사진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사진이 예술 작품의 자격을 갖게 된다는 것은 그 사진을 예술로서 소비하고 싶은, 그리고 소비시키고 싶은 욕망이 동시에 작동했음을 말한다.”
오늘날 사진이 시각예술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예술 사진에 관한 비평 방법론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된 이유가 몇몇 사진 이론서 또는 철학에 등장한 개념들을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사용해 왔기 때문이라고 바라본다.특히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리기 위해 아우라, 스투디움, 푼크툼과 같은 용어들이 원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곡해되어 예술 사진을 비평하는 현장에서 사용된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낀다. 이에 저자는 비평집 『사진이란 이름의 욕망 기계』를 통해 한국 사진계를 비롯해 사진과 관련된 비평에 만연되어 있는 오용된 개념들을 바로잡고 사진의 존재론을 바탕으로 한 비평의 재정립을 시도하고자 한다.
신화화된 예술 사진의 근간을 파헤치다
“푼크툼이라는 개념은 사진의 예술성을 뒷받침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개념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특히, 사진에 대해 꽤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마저도 자신의 지적 양심과는 상관없이 몇몇 사진에 푼크툼이란 훈장 아닌 훈장을 달아주며 그것에 예술의 작위를 수여하곤 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르트가 푼크툼에 대해 말했다는 사실 그 자체이지 사진의 본질에 이르고자 했던 그의 탐험 전체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사진 예술과 관련한 비평 혹은 비평서들은 사실상 기존 미술 비평의 틀을 그대로 사용해 왔고, 현재에도 그러하다. 특히 회화에 대한 비평 방법론을 그대로 사진에 도입하거나 인상 비평의 수준에 머문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다시 말해 사진이라는 매체 고유의 존재론적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사진을 비평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저자는 롤랑 바르트, 빌렘 플루서 등의 이론에 나타나는 개념들에 관해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사진의 존재론적 특성에 근간을 둔 사진 비평을 실천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오늘날 신화화된 과거의 사진가 또는 사진들을 사진의 역사와 존재론적 특성 등을 통해 다시 살펴봄으로써, 사진이 예술로써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숨기려 했던 예술 사진의 근간을 파헤치려 한다.
한국 사진 이론의 불균형
“실제로 우리의 사진 교육은 학생들에게 사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거의 제공하고 있지 않으며, 동시대 시각 예술에 있어 사진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보다는 ‘순수’ 사진의 실체 없는 굴레에 얽매이게 하고 있다.”
“사진을 전공한 혹은 전공 중인 이들이 지독한 소재주의에 빠져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자극적인 대상을 찾아 그것을 더 자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데에만 집중한 나머지 자신이 왜 그 대상을 사진으로 탐구했는지에 대한 근거는 허술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에게 특정한 대상을 촬영하도록 지정하고, 촬영 방식 또한 도제식으로 강요하기까지 한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에서 사진계라 불리는 세계의 현실이다.”
오늘날 한국 사진계는 사진 이론의 부재 현상이 심각하다. 대학 교육에서의 사진 이론조차 사진사와 같은 기초적인 이론 교육을 제외하고는, 사진의 존재론 및 비평론 등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대안적인 움직임으로 대학 밖에서의 아카데미식의 강연들이 사진 이론에 대한 목마름을 잠시나마 해결해 줄 뿐이다. 출판 분야에서 역시 이러한 현상은 동일하게 일어난다. 디지털 사진의 보급에 따라 사진 기술서들의 출판은 크게 증가한 반면, 사진 및 사진 예술에 대한 이론적·비평적 접근을 시도한 서적들은 거의 출판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사진 관련 비평서들은 개별 작가들의 작가론을 논하거나, 사진 이론의 주요 개념들을 설명하는 데에만 치중한 것들이 많은 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평집 『사진이란 이름의 욕망 기계』는 국내에 출간된 사진사 관련 책들에서 잘 알려주지 않았던(아니 숨기고 싶어 했던) 사실들을 조목조목 밝혀낸다. 사진의 예술적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편리한 대로 사용했던 사진사에서 빈번하게 거론된 헨리 폭스 탈보트로부터, 막심 뒤 캉, 앙드레 말로, 앗제, 베허 부부, 플루서, 바르트 등까지 이들의 내용을 다시 보기 함으로써 사진계가 이들의 개념을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읽어낸다.
한편, 비평집 『사진이란 이름의 욕망 기계』의 메탈릭하면서 온통 검은색으로 점철된 책의 만듦새는 카메라의 블랙박스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현재의 한국 사진계를 바라보는 저자의 차가운 시선을 대변한다.
지은이 소개
장정민
미술평론가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사진 이론을 전공했다. 문학과 영상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려다가 사진이라는 매체를 만났고, 결국 사진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되었다. 2010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신인미술평론으로 등단했으며, 한국사진문화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한국 사진사 정립을 위한 자료집 편찬에 참여했다. 경향 《아티클》, 《포토닷》, 《황해문화》 등을 통해 사진에 대한 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발행처 IANNBOOKS
지은이 장정민
쪽수 168
판형 110X175mm
가격 13,000원
분류 예술/대중문화>비평
ISBN 979-11-85374-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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