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월간미술 <천경우 관계와 소통을 위한 퍼포먼스와 사진>
관계와 소통을 위한 퍼포먼스와 사진
지난해 10월, 뉴욕 맨해튼의 중심부인 타임스스퀘어에서 아주 색다른 방식의 퍼포먼스가 열렸다. 매일 35만 명 이상의 각양각색 인파로 북적이는 이곳은 ‘세계의 교차로’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하다. 이런 곳에서 진행된 퍼포먼스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수십 명의 참가자가 두 개의 긴 타원형 의자에 마주앉은 채 15분간 서로의 어깨에 기대있는 것이었다. 낯선 파트너에게 서로의 몸을 의존한 모습은 마치 한자 ‘사람人’자를 연상시킨다. 이 작업은 다름 아니라 천경우의 대표 사진연작인 를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연한 퍼포먼스로, 뉴욕 타임즈 스퀘어 얼라이언스(New York Times Square Alliance)의 공공예술프로그램의 초청으로 성사된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같은 해, 독일 브레멘 주 (브레멘(Bremen)시와 브레머하펜(Bremerhaven)이란 항구도시) 도시 곳곳 땅속에 설치된 에너지 공급 파이프를 활용한 대규모 설치 프로젝트가 천경우의 지휘아래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2,700여 명의 에너지 공급 엔지니어가 공동 참여했다. 도시의 생명줄인 전기케이블과 수도관 위에 참가자들의 이름과 출생연도, 개인적 문구 등을 적어 땅속에 파묻는 작업이었다. <보이지 않는 말들(Invisible Words)>이란 제목의 이 퍼포먼스는 도시에 공급하는 에너지라는 물리적 차원을 넘어 정신적 의미에서 에너지와 온정을 전하고자 한다. 아마도 이 퍼포먼스의 결과물은 땅에 묻혀있다 50-100여 년이 지난 뒤에야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올해 말까지 모두 50군데 거리에 설치할 예정이며 지금까지 총 6지역에서 공사가 마무리 된 상태다.
천경우는 지난해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보이지 않는 말들>을 포함해 올해도 다양한 방식의 퍼포먼스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 중 하나로 올 4월부터는 독일 루드빅스하펜(Ludwigshafen)의 팔츠바우 극장(Theater im Pfalzbau)에서 오스트리아 현대무용가 헬게 네토냐(Helge Letonja)와 함께 공동작업을 한다. 현대무용 작품에서 그는 무대가 설치 되기 전, 여러 지역에서 온 시민들과 <1000개의 장소(1000 Place)>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무대와 자신들의 사적인 삶을 연결하는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이후 독일 브레멘과 이탈리아 카타니아(Catania)에서 시민 참여형 퍼포먼스로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천경우는 이런 협업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사진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스페인에서는 <익명의(Anonymous)>라는 신작을 발표한다. 이 연작은 조선말기 초상사진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심에서 시작된 것으로 현대회화에서 초상화 작업 과정에서 이뤄지는 타문화의 이미지 재현을 주제로 한다. 또한 스위스에서도 첫 개인전을 여는데 (2011~2012), (2010), (2011~2012) 시리즈가 소개될 예정이다. 이어서 스위스 중앙광장인 펠리칸 광장(Pelikan Platz)에서는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인데, 이 퍼포먼스는 스위스와 한국의 두 도시를 ‘사람人’자처럼 주고받듯이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이처럼 작가 천경우는 매번 전시가 개최되는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실현해왔다. 퍼포먼스, 인터뷰 등 매체의 다양한 활용을 통해 총체적 경험을 요구하는 천경우는 그러나 여전히 우리에게는 사진작가로 더 친숙할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그가 천착하는 주제는 언제나 인간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와 ‘소통’으로 일관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9월에는 서울 평창동 가인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열릴 계획이다. 이 전시는 3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이다.
김정은
이안북스 대표,
이안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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